Guanah觀我Story
잣 이야기 본문
출처 : 모야모 매거진 웃는소나무(두물머리)

껍질이 딱딱한 열매들을 일컫는 "견과류(堅果類)"가 몸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이유는 불포화지방산의 함유량이다.
비타민처럼 우리 몸에 꼭 필요하지만 체내에서 스스로 만들어지지 않아 반드시 음식이나 약으로 섭취해야 하는 필수적 영양소가 있는데, 불포화지방산도 그중 하나이다.

음식으로는 견과류와 등 푸른 생선, 약으로는 오메가 3이 불포화지방산의 대표적인 공급원이다.
우리 몸에서 불포화지방산이 하는 이로운 역할은 참으로 많다.
세포의 재생을 촉진하고 노화는 억제한다.
혈관 청소를 해준다.
잔주름을 펴주고 피부를 매끈하게 한다.
변비를 내려가게 한다 등등 · · ·

견과류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것이 바로 '잣'이다.
불포화지방산은 물론 고소하고 담백한 맛에 향기까지 담고 있어 고급 음식재료는 물론 약용으로도 인기가 높다.
수정과에 동동 떠있는 잣알갱이는 음식 궁합상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시각적으로도 운치가 있다.
그런데 가격이 좀 나가는 것이 흠이다.

우선 공급량이 딸려서 비싸다.
30m가 넘는 나무 끝가지에만 열매가 달리기 때문에 수확하기가 매우 힘든다.
TV에서 극한 직업으로 소개될 정도로 잣 따기는 고되고 위험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그래서 나무 타기 선수인 원숭이를 투입하는 실험도 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이유는 두 가지다.
원숭이가 고소한 잣의 맛을 알고 나서는 다 까먹어 버리고, 열매에서 묻어나는 찐득한 송진을 녀석이 너무 싫어하기 때문이다.
헬리콥터를 띄워 강한 날개바람을 이용하는 방법도 시도해 보았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오로지 사람의 손에 의존해야 되니 인건비가 문제이다.
그래서 지금은 거의 대부분이 외국인 노동자들 몫이 되어 있다.
남의 나라에 와 힘든 일을 대신해 주니 참 고마운 일이다.
불과 한 세대 전의 우리 형님과 오라버니들도 그러했다.

(왼쪽 : 섬잣나무, 오른쪽 : 스트로브)
잣나무는 소나무와 집안이 같은 사촌뻘이다.
얼핏 보면 생김새가 비슷해서 나무 초보자들은 구분하기 어렵다.
구별 포인트는 잎의 수와 수피의 모양이다.
소나무는 잎이 두 장이지만, 약간 희끗희끗한 빛이 나는 잣나무 잎은 다섯 장씩 뭉쳐난다.
수피의 경우, 울퉁불퉁한 소나무에 비해 잣나무는 미끈한 편이다.
잣나무 역시도 분가해서 별도의 집안을 이루고 있다.
울릉도 출신이 아담한 키에 수형이 깔끔한 "섬잣나무(오엽송)"와 성장이 빠른 외래종 "스트로브잣나무"가 그것이다.
섬잣나무는 작고 날개가 달린 씨앗도 맷지만, 스트로브는 길쭉한 솔방울이 달리기는 하지만 불임이다.
어쨌든 이들 둘은 최근 들어 아파트 단지 주변 조경에 단골 메뉴가 되는 바람에 쉽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왼쪽 : 미선나무, 오른쪽 : 구상나무)
구상나무와 미선나무에 이어 잣나무도 한국이 특산이다.
그를 인정받아 학명도 Pinus Koraiensis이다.
침엽수들이 대개 그러하지만 잣나무 역시 추위에 매우 강하다.
영하 50도까지도 버틴다.
그러면서도 한여름의 혹서에도 적응하는 수종이다.
남부지방에서도 자라기는 하지만 열매가 잘 열리지 않는다.
잣나무는 수령이 스무 살 이상은 되어야 열매를 맺기 때문에 거목들이 울창한 숲을 이룬 지역에서만 생산이 된다.
대표적인 곳이 가평과 홍천이다.
한강을 끼고 있는 상수도보호 지역이라 개발이 제한되어 있다 보니 지난 수십 년간 집중적으로 조림을 했을 때 그때 잣나무를 많이 심었기 때문이다.

잣은 갈무리 방법에 따라 두 가지로 구분한다.
도정을 한 번만 해서 껍질이 남아 있는 '황잣', 황잣을 한번 쪄서 껍질을 완전히 벗긴 것은 '백잣'이라 부른다.
고소한 향기가 남아있는 황잣은 약용이나 식용, 백잣은 요리재료로 주로 사용된다.
최근에는 값산 중국산 백잣이 대량으로 수입되고 있는데, 영양가와 맛과 향에서 토종에는 미치지 못한다.
중국산에 비해 토종잣은 씨알이 고르고, 씨눈이 대부분 떨어져 나가 있고, 표면이 다소 거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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