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anah觀我Story
매화(梅花) 이야기 Ⅰ 본문
출처 : 모야모 매거진 웃는소나무(두물머리)
"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지만 향기를 팔지 않는다(梅一生寒不賣香, 매일생한불매향)" · · ·
조선 중기의 대문장가 신흠(申欽)이 지은 한시의 한 구절이다.
모름지기 선비(士, 사)가 지녀야 할 몸가짐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시구이다.

왜 매화일까?
매화를 사군자(四君子)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는 이유가 뭘까?
우선 개화 모습이다.
매화는 엄동설한인 음력 동짓달부터 몽우리를 터트리기 시작한다.
눈을 뒤집어쓰기라도 하면 자신의 열기로 녹이고 꽃을 피운다.
이른바 설중매(雪中梅)이다.
설중매는 고난에도 굴하지 않는 선비의 기상과 절개를 온몸으로 보여준다.

다음은 향기이다.
매화의 향기는 가늘고 미미하지만 대신 멀리까지 간다.
그래서 암향(暗香)이라 부른다.
신기하게도 흥분하거나 흥분하거나 들뜬상태에서는 잘 맡아지지 않고, 마음이 평온하고 사위가 조용할 때야 온전하게 향내가 전해 온다.
자신을 포장하여 드러내지 않지만, 내면에서 삭이고 있는 덕이 조금씩 우러나듯 흘러나온다.
겸양의 미덕은 동양과 서양이 대척점에 있는 대표적 덕목이다.

게다가 매화는 흥취의 요소까지 갖추었다.
달빛 아래에서 바라보는 매화는 낮보다 더 화사할 뿐만 아니라 은밀하면서도 요염하기까지 하다.
이를 월매(月梅)라고 불렀다.
그래서인지 월매는 기생들의 예명으로 많이 쓰였는데, 춘향의 엄니도 그랬다.

하지만 매화는 느끼는 흥취의 백미는 역설적으로 꽃이 지는 시기이다.
짧은 생이지만 치열하게 살다가 바람에 흩날리며 떨어지며 꽃비가 된다.
이름하여 매우(梅雨)이다.
꽃비로 뿌려지는 매화는 비장하기까지 하다.
사육신이 그러했고, 노량해전에서도 이순신도 그러했다.

그래서인지 매화를 유달리 좋아했던 선비와 화선이 있었다.
퇴계 이황과 단원 김홍도이다.
특히 퇴계의 매화 사랑은 각별했다.
숨을 거둘 때 남긴 유언도 "저 매화에 물을 주어라"이었다고 한다.
학문으로 일가를 이룬 대학자 퇴계가 꽃나무에 인격을 부여해 매형(梅兄)이라 칭하고 그토록 연연했던 이유가 궁금해진다.
그가 말년에 지은 시(도산월야영매, 陶山月夜詠梅)를 보면 그럴만한 애틋한 사연이 숨겨져 있으며, 근엄한 모습에 가려진 그분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뜰을 거닐자 달이 사람을 따라오네
매화나무 언저리를 몇 번이나 돌았던가
밤 깊도록 오래 앉아 일어남을 잊었더니
향은 옷에 가득, 꽃 그림자는 몸에 가득
늦게 핀 매화의 참뜻을 새삼 알겠구나

퇴계가 단양군수로 부임했을 때 그의 학식과 덕망을 흠모했던 두향(杜香)이라는 관기(官妓)가 있었다.
두향 역시 거문고와 시에 능한 콧대 높은 기생이었으며 퇴계도 무척 총애했다.
2년여의 재임 기간 동안 두향은 수차례 러브콜을 보내왔지만 퇴계는 흔들림 없이 한 번도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에게는 먼저 보낸 부인 권 씨에 대한 아픈 상처가 있기 때문이다.
부인 권 씨는 친정아버지(권질)와 가문의 몰락으로 인한 충격으로 인해 정신적 장애가 있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출산 중에 그만 세상을 뜨고 말았다.
사실 그에게는 일찍 사별한 첫 부인에 이어 두 번째 상처(喪妻)로 인한 아픔이었다.
그랬던 퇴계가 단양을 떠나게 되자 두향이 이별의 정표로 매화나무 한그루를 선물로 가져왔다.
돌아가신 어머님이 애지중지하던 나무라는 말을 듣고 그제야 퇴계는 마음을 열고 받아서 고향집 마당에 심었다.
그 후로 두 사람이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서신으로만 서로의 마음 즉 "늦게 핀 매화의 참뜻"을 확인했다.
이윽고 퇴계가 ㅏ계하자 두향은 초막을 짓고 삼 년 시묘를 했다고 전해진다.
이룰 수 없는 사랑과 매화 스토리 엔딩이다.

(단양에 조성된 퇴계 - 두배 공원)
매화에 매료된 또 하나의 인물인단원 김홍도는 매화를 다소 다른 시각에서 보았다.
기상 - 절개의 덕목보다는 흥취 - 풍류의 관점에서 보았으며 작품 소재로도 즐겨 다루었다.
그가 그린 수많은 매화수묵도는 자유분방하고 역동적인 미학을 보여준다.

단원의 매작도(梅鵲圖)와 자상화
그런 그에게 에피소드가 있다.
단원은 평생을 끼니 걱정을 할 정도로 궁핍하게 살았다.
하루는 나무장수가 찾아와서 멋진 매화 분재를 사라고 권했는데, 때마침 다원에게는 청탁받은 그림값 3,000냥이 수중에 있었다.
그중 거금 2,000냥을 나뭇값으로 지불하고, 800냥은 지인들을 불러 매화 집들이 술파티를 벌이고, 남은 200 냥으로 양식을 샀는데 달랑 하루치 끼닛거리였다고 한다.^^
타고 난 천재였던 단원은 그의 호방한 기질만큼이나 굴곡 있는 생을 살면서 숱한 걸작들을 남기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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