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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오줌(아스틸베) 이야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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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오줌(아스틸베) 이야기

Guanah·Hugo 2022. 10. 1. 07:54

출처 : 모야모 자랑하기 웃는소나무(두물머리)

 

초여름 산행길의 그늘지고 습한 곳에서 가끔 마주치는 토종 야생화 노루오줌.

연분홍의 멋진 자태에 걸맞지 않은 이름이 붙었지만 원예용으로 개량된 품종들이 속속 등장해 고품격의 가드닝 소재로 각광을 받고 있다.

 

야생화 이름에 동물이 등장하는 예는 꽤 많다.

그중에는 다리, 꼬리, 귀, 눈, 심지어 생식기 등 신체부위 이름이 추가적으로 붙어 있는 경우도 여럿 있다.

게다가 오줌이나 똥 등 별로 유쾌하지 않은 단어들도 자주 등장한다.

이왕이면 어울리는 고상한 이름들을 붙일 수도 있을 텐데 왜 그럴까?

 

이유인 즉 풀이나 나무와 같은 야생의 자연과 접촉하는 일은 전적으로 서민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문맹이어서 유식한 한자어가 아니라 투박한 일상어로 이름을 지었고, 식물학에는 문외한이었으므로 즉흥적으로 이름 붙여 불렀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이름과 매치가 잘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노루오줌 역시 뿌리에서 냄새가 난다고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도 않다.

쥐오줌풀, 여우오줌, 말오줌때나무, 계요등 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이런 작명 덕분에 한번 들으면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범위귀(바위취) 집안 소속인 노루오줌은 18개 식솔들을 거느리고 있는데 국내에서 자생하는 것은 두 종류밖에 없다.

그중에서 흔히 보는 야생 노루오줌은 중국이 원산지이지만 한국 특산 숙은노루오줌 이 있다. 

학명도 Astilbe koreana인데, 찜찜하게도 역시 여기에도 일본인 Nakai의 이름이 군더더기로 덧붙여져 있다.

이름 그대로 꽃대가 곧추서지 않고 고개를 숙인 상태에서 꽃을 피우는 것이 숙은노루오줌의 특징이다.

 

야생의 노루오줌은 개화기간도 짧고 건조에도 약하다.

직사광선에 장시간 노출되면 잎이 쉽게 타버리기도 한다.

이러한 단점을 개량한 것이 아스틸베(Astilbe, 서양노루오줌)인데 양지에서도 적응을 잘한다.

분홍, 레드, 화이트, 보라 등 화색이 다양함은 물론 꽃대가 더 풍성하고 색이 진하다.

 

광택이 있는 잎 자체도 관상가치가 높아 고급진 분위기의 공간 연출에 요긴하다.

꽃대 특유의 부드러운 질감 때문에 다른 식물들과 잘 어울리며 정원에 포인트를 줄 때나 뒷배경 장식에도 안성맞춤이기 때문에 서양의 정원에서는 빠지지 않을 정도로 인기다.

그늘이든 양지바른 곳이든 가리지 않아 다양한 공간에서 화분으로도 기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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