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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 scape Bangkok 도시를 비워 만든 공원, 벤짜끼띠 포레스트 파크
Guanah·Hugo 2026. 5. 13. 17:25출처 : 도시를 비워 만든 공원, 벤짜끼띠 포레스트 파크 – Morning Calm

방콕은 소음과 열기, 빛으로 가득한 도시지만,
그 한가운데에도 조용히 숨을 고르는 장소가 있다.
벤짜끼띠 포레스트 파크는
도시가 자연과 어떻게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지를 조용히 보여준다.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생태공원
방콕 중심부 아속역에서 몇 블록만 걸어가면 도시의 밀도가 한순간 느슨해진다.
고층 빌딩과 고가도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교통 흐름 사이에서 시야가 열리고,
물과 나무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벤짜끼띠 포레스트 파크는 그렇게 도심 속에 스며들듯 나타난다.
이 공원이 자리한 클롱뜨이 지구는 오랫동안 산업 부지였다.
북쪽에는 오염된 운하가 흐르고,
서쪽에는 고속도로가 인근 지역과의 연결을 끊었다.
동쪽의 기존 벤짜끼띠 파크와 남쪽의 퀸 시리낏 국립컨벤션센터 사이에 놓인 이 부지는,
도심 한복판에서 고립된 채 남아 있던 공간이다.

방콕은 해발 평균 약 1.5m에 불과한 저지대 도시다.
몬순기후의 영향으로 연간 약 1500mm의 비가 내리고,
지하수 사용으로 지반이 내려앉으며 침수 위험은 점점 커졌다.
기존의 배수 방식만으로는 침수로부터 도시를 지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조건 속에서 부지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는 도시의 생존과 연결된 문제였다.
콩젠 위가 이끄는 중국의 조경 설계 사무소 투렌스케이프와 태국의 아르솜실프 랜드스케이프 스튜디오가 함께 참여했다.
이들은 더 짓기보다는 비워두고 기존의 것을 활용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산업 부지는 자연으로 되돌아갔고,
이곳은 시리킷 왕비를 기념하는 공원이자 방콕이 미래의 균형을 모색하는 장소로 바뀌었다.

물과 습지로 이뤄진 공원
벤짜끼띠 포레스트 파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네 개의 호수다.
서로 다른 깊이와 형태로 이어지고,
그 사이로 수백 개의 작은 섬들이 흩어져 있다.
자연스럽게 보이지만,
이 풍경은 모두 계획된 결과다.
설계의 중심은 건물이 아니라 땅이었다.
건축가는 외부에서 흙을 들여오는 대신 지면을 깎아 낮은 습지를 만들고,
깎아낸 흙으로 둔덕과 섬을 올렸다.
이 단순한 과정만으로 지면은 더 이상 물을 흘려 보내지 않고 머금게 됐다.
철거된 콘크리트 역시 버려지지 않았다.
잘게 부숴 섬의 기초와 보행로의 바탕으로 다시 사용했다.
과거 산업의 흔적은 사라지는 대신,
다른 방식으로 이어졌다.

이 공원의 습지는 최대 수십만 ㎥의 빗물을 저장할 수 있다.
북쪽과 서쪽 경계를 따라 조성된 습지는 오염된 물을 식물과 토양을 통해 천천히 정화한다.
공원 전체가 하나의 살아 있는 시스템처럼 작동하는 것이다.
깊은 물과 얕은 물이 만나는 경계에서는 다양한 생물이 머문다.
식물과 곤충, 새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이곳에서는 현재 90종이 넘는 조류가 관찰되고 있다.
자연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환경이 된다.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모여든다.
조깅을 하는 사람들,
자전거를 타는 가족들,
오리 배를 타는 연인들,
사진을 찍는 여행자들까지 하루에도 수만 명이 이 공원을 찾는다.
과거의 산업 건물은 스포츠센터와 박물관으로 바뀌었고,
일부 열린 지붕으로는 빛과 바람이 드나든다.
건물은 더 이상 경계가 아니라 자연과 이어지는 통로가 된다.

벤짜끼띠 포레스트 파크의 수변은 방콕 시민들에게 도심 속 여유를 선사하는 대표적인 휴식처다.
© Valeria Mongelli / ZUMA Press Wire
도시가 자연과 공존하는 방식
벤짜끼띠 포레스트 파크의 핵심은 형태보다 작동 방식에 있다.
이 공원은 ‘스펀지 시티’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빗물을 빠르게 흘려 보내는 대신
땅이 스스로 흡수하고 저장하도록 설계됐다.
폭우가 내리면 물을 받아들이고 천천히 스며들게 하며,
그 과정에서 도시 전체가 감당해야 할 부담을 덜어준다.
또한 저장된 물로 오염을 정화하며,
다양한 생물이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낸다.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도시를 유지하는 중요한 기반이 이 안에 형성돼 있는 것이다.

공원의 또 다른 특징은 ‘메시 네이처(Messy Nature)’라는 개념이다.
일반적인 공원이 정돈된 풍경을 유지하는 것과 달리,
이곳은 자연이 스스로 자라도록 두는 방식을 택했다.
식물은 계획된 형태를 따르기보다 시간에 따라 변화하며 자리를 잡는다.
완성된 풍경이 아니라 변화하는 과정에 놓인 것이다.
동시에 이 공원은 도시의 공공성을 보여준다.
다양한 사람들이 같은 공간을 공유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낸다.
빠르게 나뉘는 도시 안에서 이런 공간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여행자에게 방콕은 보통 빠르고 밀도 높은 도시로 기억된다.
사원과 시장, 교통과 열기가 뒤섞인 풍경.
그러나 이 공원에 들어서는 순간,
그 익숙한 이미지에 다른 감각이 더해진다.
이곳에서는 도시를 소비하기보다,
도시가 어떻게 유지되는지를 바라보게 된다.
공원은 말한다.
도시는 더 단단해질수록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하며 유연하게 숨 쉴 수 있을 때 비로소 살아남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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