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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유(逍遙遊) / 신경림

Guanah·Hugo 2025. 5. 16. 00:28

출처 :  미술로 여는 세상 | BAND

 

소요유(逍遙遊)/ 신경림

전파상 옆에는 국숫집이 있고 통닭집이 있고
옷가게를 지나면 약방이 나오고 청과물상이 나온다
내가 십 년을 넘게 오간 장골목이다. 그런데도,
이상한 일이다, 매일처럼 새로운 볼거리가 나타나니
십 년 전에 보지 못하던 것을 이제야 보고
한 달 전에 안 보이던 것이 오늘에사 보인다

기차나 버스를 타고 달려가서, 더러는
옛날 떠돌던 시골 소읍과 장거리를 서성이기도 한다
밝은 눈으로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흐려진 눈으로 새롭게 찾아내고
젊어서 듣고 만지지 못했던 것들을
어두워진 귀와 둔하고 탁해진 손으로
듣고 만지고, 다시 보는 즐거움에 빠져서

밝은 눈과 젊은 귀에 들어오지 않던 것들이
흐린 눈과 늙은 귀에 비로소 들어온다는 것이 신기하다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그것을 알게 되는 날이 올 것을 나는 안다
나는 섭섭해 하지 않을 것이다, 그날이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기를 끝내는 날이 될지라도.

- 계간 《실천문학》 2010년

 

 

*소요유는 마음 가는 대로 유유자적하며 노닐 듯 살아감을 뜻하는 ‘장자’의 철학적 개념이다.
장자는 거대한 붕새의 비상을 따라 우리를 광활한 하늘의 세계로 인도한다.
늙으면 죽음과 가까워지므로 그 불안감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 세상을 소풍 나온 정도로 여기는 소요유 정신이면 나이 듦을 긍정하고 그 지점에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을 수도 있다.
십 년을 넘게 오간 장골목도 걸음의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걸으니 그때서야 보인다...

 

 

 

 

 

 

 

 

 

 

 

 

 

 

 

 

 

 

 

 

 

 

 

 

 

 

 

 

 

 

 

 

 

 

 

그림= Milind Mulik
 

인도 출신의 수채화가 'Milind Mulik'는 5살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인도의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이며 화가인 Pratap Mulick를 아버지로 둔 그는
13살 때 수채풍경화를 그리기 사작했고,
인도의 국가재능장학금을 받으며 수채화가와 미술교사로 활동해 오고 있다.
 

인도 출신의 수채화가 'Milind Mul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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