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anah觀我Story
소통의 월요시편지_973호 본문

임시 야간 숙소
베르톨트 브레히트 / 김광규 역
듣건대, 뉴욕
26번가와 브로드웨이 교차로 한 귀퉁이에
겨울 저녁마다 한 남자가 서서
모여드는 무숙자들을 위하여
행인들로부터 동냥을 받아 임시 야간 숙소를 마련해 준다고 한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이 세계가 달라지지 않는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나아지지 않는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착취의 시대가 짧아지지 않는다.
그러나 몇 명의 사내들이 임시 야간 숙소를 얻고
바람은 하룻밤 동안 그들을 비켜가고
그들에게 내리려던 눈은 길 위로 떨어질 것이다.
책을 읽는 친구여, 이 책을 내려놓지 마라.
몇 명의 사내들이 임시 야간 숙소를 얻고
바람은 하룻밤 동안 그들을 비켜가고
그들에게 내리려던 눈은 길 위로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방법으로는 이 세계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나아지지 않는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착취의 시대가 짧아지지 않는다.
- 『살아남은 자의 슬픔』(한마당, 1999)
*
주말에 30여 년 전 동고동락했던 옛 동무들을 만나,
그때 그 시절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동무들이 떠나고 그때 그 시절의 여운이 아직 남은 탓일까요?
예전에 즐겨 읽었던 시들과 지금 즐겨 읽는 시들이 사뭇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오늘은 모처럼 그때 그 시절 즐겨 읽었던 외국 시 중에서 한 편을 띄웁니다.
자신은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라는 시를 쓰기도 했지만,
동무들이 떠나고 그때 그 시절의 여운이 아직 남은 탓일까요?
예전에 즐겨 읽었던 시들과 지금 즐겨 읽는 시들이 사뭇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오늘은 모처럼 그때 그 시절 즐겨 읽었던 외국 시 중에서 한 편을 띄웁니다.
자신은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라는 시를 쓰기도 했지만,
한나 아렌트(Hannah Arend, 1906~1975)가,
"가장 위대한 서정시인"이라 극찬해 마지 않았던 시인이지요.
독일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극작가이며 연출가이기도 한,
베르톨트 브레히트(1898~1956)의 시집,
『살아남은 자의 슬픔』(한마당, 1999)에서 한 편 골랐습니다.
- 임시 야간 숙소
1931년 미국 대공황,
- 임시 야간 숙소
1931년 미국 대공황,
참혹하고 야만적인 시대를 목도하면서 이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그려낸 작품이지요.
이 시는
이 시는
"나는 인간을 촬영한다.
모든 인간의 종류 특히 가난한 사람들을.
그것이 나에게 주어진 사명이며 과업이다."
라고 했던,
독일계 미국 사진 작가,
도로시아 랭(Dorothea Lange, 1895~1965)의 사진과 함께 보면 더 좋을 듯합니다.
역시 대공황으로 무료 급식과 원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았지요.
역시 대공황으로 무료 급식과 원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았지요.
<White Angel Bread Line, 1932>입니다.
1930년대에서 9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폭력과 굶주림과 야만과 착취의 시대를 벗어나긴 한 걸까요?
브레히트와 도로시아 랭이 평생 가장 많이 본 풍경이 죽음과 굶주림으로 내몰린 사람들이었다는데,
그들이 다시 태어나 지금의 시절을 산다면
그들의 시와 사진이 그때와는 다른 풍경을 담아내고 있을까요?
브레히트는 일시적이고 임시적인 구제 방식으로는,
우리는 폭력과 굶주림과 야만과 착취의 시대를 벗어나긴 한 걸까요?
브레히트와 도로시아 랭이 평생 가장 많이 본 풍경이 죽음과 굶주림으로 내몰린 사람들이었다는데,
그들이 다시 태어나 지금의 시절을 산다면
그들의 시와 사진이 그때와는 다른 풍경을 담아내고 있을까요?
브레히트는 일시적이고 임시적인 구제 방식으로는,
가난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착취의 시대를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책을 읽으라고.
깨어 있으라고.
그것이 이 비참의 세계를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브레히트의 말은 사실에 가까울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정되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뉴욕/ 26번가와 브로드웨이 교차로 한 귀퉁이에/
"뉴욕/ 26번가와 브로드웨이 교차로 한 귀퉁이에/
겨울 저녁마다 한 남자가 서서/
모여드는 무숙자들을 위하여/
행인들로부터 동냥을 받아 임시 야간 숙소를 마련해 준다"
는 이러한 방법으로 오히려 세계는 조금씩 따듯해지고,
참혹과 야만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말입니다.
아무래도 좀 더 고민해볼 일이겠습니다.
아무래도 좀 더 고민해볼 일이겠습니다.
바깥은 아직 영하의 날들입니다.
2025. 2. 24.
달아실 문장수선소
문장수선공 박제영 올림
2025. 2. 24.
달아실 문장수선소
문장수선공 박제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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