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anah觀我Story
치악의 칼바람 - 형장의 이슬 본문
출처 : 갈대의 철학 사진에세이 | BAND
치악산 불어오는 바람
추녀 끝에 떨어지다
얼어붙어 맺혀 버린
서슬 퍼런
매서운 고드름의 창 끝에
녹아드며 춤추는 칼바람이여
치악의 이 고개 저 고개
내 집 넘나들듯
시루봉 옛 암자 끝에
가부좌를 하고
먼 산의 백운의 휘장을 휘두르며
백관모를 이고 지며 떠나는
석관의 대좌를 한채
거대한 집채 만한 치악에 불어오는
아주까리 능선을 타고
떠나는 이여
일찌감치 수도를 정진하는 그대는
치악의 매서운 칼바람과
그대의 혜안과 맞서 버리고
그대의 매서운 눈빛이
눈 내린 설산의 은빛 상고대를
녹여 든다
떠날지 어디
떨어질지 이다
사라질지 이다
치악산의 칼바람에 맞설 자
그 누가 있으리?
하물며,
이곳에 감히
오르지도 못한이여
애석해하지도 말지어다
설령
그대들이 꿈만 꾸고 있더라도
치악에 불어오는 칼바람의 기운이
그대들 가슴에 비수처럼 내려앉으니
이내 주저리주저리
이상과 감상만으로 보이는 것이
모두 다가 아니니
제 곡조 불러보지 못한 아쉬움이
조금이라도 남아있거들랑
입속에서라도 읊지는 마시게나
치악산에 불어오는 바람 타고
흰 겨울의 위용을 우뚝 선
나를 돌아보리라
사랑을 얻고 싶거든
치악산의 칼바람과
싸우지 못하면 그 흔한 사랑도
쟁취할 수 없으리
권력을 얻고 싶거든
치악산의 칼바람 앞에
전라의 자신과의 싸움에서
체온이 주변과 같아질 때
그때가 그대가 원하는
권세의 탐욕이
내일의 찬란히 떠오를
형장의 이슬에 사라져 갈
눈꽃의 사연이 된 상고대의
눈물을 기억해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