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anah觀我Story
무등산 늦가을에 피어난 꽃 한 송이 - 빛고을역 본문
출처 : 갈대의 철학 사진에세이 | BAND
무등산 빛고을역에 다다라
무진주 고을을 내려다보니
이곳이 옛 호남의 관문이 아니면
어디가 관문일까 하겠소
천하에 둘도 없는 마음을 지니고
첫 마음에 첫 정을 만든 곳
첫사랑에 첫 행복의 감흥을 지낸 곳
이곳에서
첫발에 뿌리를 내렸으니
나는 이곳을
호남의 제일의 관문이라 부르리
아기다리 설레 발에 떠나왔던
지난 추억의 보따리 싸매던 시절
봇짐 싸매고 떠나와
그대 마음 보쌈 하나 가득
머리에 이고 지고 나를 따라올 때
가진 것이라 곤
사랑 하나로 이어진 마음 둘에
철 모를 때 시집을 와
아무것도 없이
맨 몸으로 떠나온 여정길이
나를 보며 매정하리만큼
정이 떨어졌을 텐데도
그렇게 허다한 많은 일들을
애써 말 못 할 사연들이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 홍시되어 떨어졌을 때
그것이 진정한 사랑인 줄 알고
나를 위한 사랑으로
멀리 타향살이 살림을
마다하지 않고 따라와 준
그대가 정말로
미덥고 사랑스럽소
고맙소 감사하오
이제 것 살아와주고
따라와 준 것만도
나는 더 이상 바랄 게 없거니와
남은 여정길
오직 그댈 위해
모든 것을 아낌없이 바치며 살리오
당신이 늘
묵묵히 곁에 있어서
나의 오랜 벗이자
지팡이가 되어온 사연을
내가 어찌 잊으리오
그대 떠나온 마음이야
오죽이야 하겠었냐마는
그대를 품어 떠나왔을 때
가는 그곳이 비록 험하고
척박한 황무지일지라도
우리의 갈 수 없는 길은
나에게 희망이 된 무지의 길과
그대에게서 행복의 문을 두드려주며
함께 걸어온 길이었기에
이 보다 더 값진
인생 선물이 아니어도
이 보다 더 한 길이 펼쳐져 있어도
나는 그대 따라 가리라
그대 마음 변해도
언제나 내 마음은
늘 첫 마음에 두었으니
그대 어디 간들
따라가지 못할 곳이
어디에 있겠소
우리에게 사랑의 닻을 내린
이곳에서
비록 척박한 대지를 개간하고
개척해 나아가며
또 다른 인연들이
우리의 미래를 대신할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어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이 되어주고
겨울에는 따뜻한 낙엽의
이불이 되어주어
우리의 분신들이 다시 태어날 때
그 마음은 더할 나위가 없이
행복한 날이 되어주었소
나는 이곳을 그대와 함께
내 젊은 피의 형제를 나눈 곳
나는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그대와 나는
영원한 동반자여 반려자이려니
나는 보았네
나는 울어버렸네
나를 반기어 여기까지 온 것이
비단, 슬픔을 나누고자 함도 아니오
그렇다고 그대들의
못다 핀 청춘을
돌려주기 위함도 아니니
나는 무등산 길 만추 길에 떨어진
그 옛날 어머니의
색동저고리 입혀주시던
그 마음으로 남아
아직까지 서려있는
무등산 늦가을에
피보다 더 붉디붉게 홍조 띤
새색시 볼의 수줍음을 뒤로 한채
아직도 떨어지지 않고
빛바랜 햇살의
석양빛에 타들어가는
아픈 마음을
그 길 따라 빨갛게 떨어져
낙엽진 붉은 단풍 하나를
집어 들었을 때
나는 알았네
이제와 다시 말하려네
이곳을 지나는 이들이여
청춘의 돌탑에 살포시 얻어놓은
그대들이 품어 놓은
무등산의 정기를
다가올 겨울
대지의 요람에 떠오를
붉은 기운을 감싸주는 마음 되어
무등산의 늦가을에 물든
단풍 같은 사랑에
단풍 같은 마음이
어느새 새하얗게 눈이 내리고
그대들의 마음은
선홍빛에 물들어 피어난
매화로 다시 태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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