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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세계와 영적 세계의 사이에서(글 : 이글리카 미슈코바, 사진 : 에보 단체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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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세계와 영적 세계의 사이에서(글 : 이글리카 미슈코바, 사진 : 에보 단체프)

Guanah·Hugo 2024. 11. 8. 23:35

출처 :  [현실 세계와 영적 세계의 사이에서]-내셔널지오그래픽매거진

 

쿠케리로 변신한 차르간 마을 출신의 소년들이 쟁기질을 하는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불가리아 남동부에 자리 잡은 이 농촌 지역은 트라키아인과 연관이 있는 곳으로 이곳에서는 쟁기질 및 파종 공연이 봄 의식의 정점을 이룬다.

탈을 쓰고 분장한 두 소년이 자신들의 몸에 쟁기를 매단 채 고랑을 만들고 있다.

이런 상징적인 행위는 사람과 동물, 농작물의 번식력을 높이기 위한 것과 연관이 있다.

 

라즈로그에서 가면을 쓴 공연자들이 염소 가죽으로 만든 옷과 가면을 착용한 채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이들을 수호자라는 뜻의 ‘차우시’라고 부른다.

마을에서 가장 잘생긴 사람으로 뽑힌 1급 차우시가 도시 외곽에 있는 한 초원에서 무리 앞에 당당하게 서 있다.

 

시미틀리에서 온 한 소년이 ‘바부게르’라는 캐릭터로 분장했다.

가면을 쓰고 공연을 하는 것은 한때 남성들의 영역이었지만 요즘에는 남녀와 연령 상관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이 전통을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곰은 비중 있는 배역은 아니지만 다양한 역할을 한다.

어떤 지역에서는 가면을 쓴 공연자들이 곰을 물리치기 위해 싸우는 반면,

어떤 지역에서는 건강을 불러오기 위해 곰이 마을 주민들을 짓밟는 시늉을 하기도 한다.

 

‘수르바카리’로 알려진 엘로프 돌 출신의 공연자 세 사람이 지역의 전통적인 목재 탈을 쓰고 있다.

안드레이 코테프(왼쪽)는 이 행사에 대해,

부와 건강을 위해 진행되는 것으로 삶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기운을 재충전시켜준다

고 말한다.

현재 수집가들이 이 마을에서 만들어진 목재 탈의 대부분을 모조리 사들이다시피 한 가운데 나이가 많은 장인들 대다수는 기술을 전수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슈테료 단체프(46)가 입고 있는 가죽은 의식을 치르기 전 부드럽게 만들 목적으로 물에 담가뒀던 것이다.

그런 다음 그는 말 그대로 이 가죽에 자신의 몸을 넣고 꿰맸다.

요즘 시대에 맞게 무두질한 가죽과 허리띠에 다는 쇠 장식을 왜 착용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의상을 옛날 모습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슈멘 인근의 베셀리노보 마을에서 온 발렌틴 시베프(위, 24)가 시커먼 쿠케르로 분장했다.

그는 매섭게 보이려고 얼굴을 검댕으로 칠했다.

 

쿠케리라고 널리 알려진 불가리아의 가면을 쓴 공연자들은 다양한 모습과 이름으로 통한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레시초보 출신의 ‘데르비쉬’, 알렉산드로보 출신의 ‘스타레츠’, 바체보 출신의 ‘바부게르’,

보야노보 출신의 ‘쿠케르’, 블라고에브그라드 출신의 ‘스타레츠’, 카를로보 출신의 ‘스타레츠’.

 

라도슬라프 스토야노프(49)와 그의 딸 이바나(12)가 라도슬라프의 목장에 있는 오두막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라도슬라프는 이곳에서 소와 털이 긴 염소를 키운다.

이 염소들은 의상과 가면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가죽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공연자들은 종종 염소를 직접 기르기도 한다.

의상 한 벌과 가면 한 개를 만드는 데는 하나에 최대 3500달러를 호가하는 가죽이 적어도 다섯 개 필요하다.

 

불가리아 서부에 있는 정착촌들의 대표적인 가면은 머리와 얼굴이 여럿 달린 것이다.

사람들은

얼굴이 많으면 악귀를 쫓을 수 있고 악귀가 숨어서 목숨을 부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고 말한다.

종과 가죽을 모두 합친 가면의 무게는 최대 50kg에 육박하기도 한다.

 

‘아라피’라고 알려진 공연자들은 20세기 초에 마카크 지역에서 슈멘시로 이주해왔다.

이들은 비록 공장에서 제조된 것이기는 하지만 가면의 옛 모습을 그대로 보존한다.

해마다 1월 1일이면 악한 세력을 몰아내고 선한 세력을 맞이하기 위해 아라피가 등장한다.

풍습에 따르면 단단한 허리띠에 종을 매달아 사용하면 영적 세계로 신속하게 들어갈 수 있다.

종소리는 정화의 힘을 지녔으며 영적 세계와 현실 세계를 넘나들게 해줄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단체프가 시미틀리에서 촬영한 말을 탄 모습의 이 경찰처럼 일부 캐릭터들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다.

 

슈멘시 인근에 자리 잡은 베셀리노보 마을 출신의 쿠케리는,

얼굴을 거뭇하게 칠하고 여성용 치마와 염소 가죽으로 만든 모자를 착용한다.

이들은 상대에게 더 위협적으로 보이기 위해 등에 가짜 혹을 단다.

이처럼 얼굴을 시커멓게 칠한 채 가면을 쓴 캐릭터는 가장 오래된 캐릭터에 속한다.

이 ‘검은 쿠케리’는 사순절 첫째 주 동안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마을에서 행진을 벌인다.

 

불가리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릴라산 주변의 지역에서는 염소로 분장한 캐릭터들이 눈에 잘 띈다.

칼로페르라는 소도시의 이름을 딴 이곳의 염소들은,

긴 털을 가진 토종 염소로 털이 길수록 가죽과 의상으로서 값어치가 더 높다.

여러 가닥으로 땋은 것처럼 자연적으로 뭉쳐 있는 녀석들의 털을 바늘 하나로 한 올 한 올 풀어헤쳐 의상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하도록 매끈하고 가볍게 만든다. 이글리카 미슈코바 사진 : 에보 단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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