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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머위 이야기

Guanah·Hugo 2023. 9. 17. 08:21

출처 : 모야모 매거진 웃는소나무(두물머리)

 

모든 꽃들이 하나둘씩 사그라지며 다음 해를 준비하는 시월 중순,

그 시점이 되어서야 얼굴을 내미는 향기로운 녀석이 있다.

오상고절(傲霜孤節)의 모델인 산국과 감국이 쑥스러울 정도로 더 오랫동안 꿋꿋하게 버틴다.

서리가 내리면 꽃잎이 잔뜩 오므린 채 있다가 낮에 햇살이 비치면,

다시 활짝 피는 모습이 신통하기까지 하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털머위"이다.

 

한국과 일본이 원산인 털머위는 시원시원하게 큼직큼직한 잎,

국화를 닮은 노란색 꽃이 긴 꽃대 끝에서 뭉태기로 피는 모습이 사뭇 인상적이다.

반그늘의 습윤한 토양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늘정원(shade garden)에서 값 비싼 호스타(Hosta)와 휴체라(Heuchera)를 대체할 만한 후보로 꼽히기도 하다.

 

< (좌) 머위, (우) 곰취 >

 

재미있는 것은 이름이 같은 항렬인 "머위"와 "털머위"가 집안이 각각 다른 먼 친척이라는 사실이다.

외모도 사뭇 다른데,

가장 큰 차이는 꽃의 모양과 개화시기이다.

잎 모양도 머위는 부드럽고 까칠까칠한 질감인데,

막상 털머위는 빳빳하고 잎표면이 매끈매끈하다.

사실은 잎 뒷면에 무성한 털이 있기 때문이다.

 

< 동의나물 >

 

꽃의 모양을 놓고 본다면,

털머위는 머위보다 곰취와 비슷하다.

그렇지만 잎의 질감이나 나물로 먹을 때 식감을 놓고 본다면,

이번에는 머위와 곰취가 매우 흡사하다.

이를테면 머위 - 곰취 - 털머위 간의 교차적 삼각관계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 무늬털머위 >

 

여기에 이름만 나물이지만 외모가 흡사한 독초인 "동의나물"까지 가세하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꽃이 피기 전에 잎모양만으로는 웬만한 고수가 아니고서는 구별이 어렵다.

그래서 해마다 봄철이면 독초를 약초로 오인해 식용했다가 응급실로 실려가는 사고가 빈발한다.

 

- 머위 (식용)

- 털머위 (약한 독성, 약용)

- 곰취 (식용)

- 동의나물 (강한 독성, 약용)

 

< 무늬털머위 희귀종들 >

 

이 중에서 잎과 꽃 모두 관상적 가치에서 앞서는 것이 털머위이다.

그러다 보니 일찌감치 원예용으로 개량되어 잎에 무늬가 있거나,

잎 자체가 특이한 형태로 변이 된 품종들이 등장했다.

무늬 없는 털머위에 비해 값도 상대적으로 비싼데,

잎이 특이한 모양이나 무늬가 있는 품종은,

한 촉에 수십만 원을 호가할 정도로 일부 마니아들에게 인기를 누리기도 한다.

 

< 늦가을 털머위 산책길 >

 

아이러니칼 하게도 털머위는 꽃 자체의 내한성은 압도적으로 강하지만,

막상 전초의 월동능력은 영하 5도 ~ 9도 정도이다.

대전 이남의 남부지방에서는 상록으로 노지월동 하지만,

중부지역의 경우는 바람막이가 된 양지바른 곳이 아니면,

낙엽 이불 등으로 약간의 보온 조치를 해 주어야 겨울을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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