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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油菜) 이야기

Guanah·Hugo 2023. 1. 11. 06:54

출처 : 모야모 매거진 웃는소나무(두물머리)

 

잎은 나물로, 꽃에서 꿀을 얻고, 시앗으로는 기름을 짠다.

그래서 버릴 것이 없다.

눈이 부실 정도로 샛노란 꽃은 이른 봄의 황량한 들녘과 도로변에 생동감을 넣는다.

더구나 다 아는 유채(油菜) 유채꽃 이야기이다. 

 

유채는 꽃잎이 네 장인 십자화과의 간판인 배추(Brassica) 집안의 멤버인데, 자연 상태에서 배추와 양배추 간 혼인으로 탄생했다.

유채를 탄생시킨 장본인으로 세계적인 원예육종학자 우장춘 박사의 "삼각형 이론"으로 설명되는 이른바 "종속 간 교잡"이며, 중매쟁이는 사람이 아니라 벌과 나비이다.

동일한 이론에 의한 교잡종의 사례는 또 있다.

갓과 배무채이다.

갓은 배추와 흑겨자, 배무채는 무와 배추의 속간 교잡으로 태어났다.

 

(우장춘이 발표한 U's Triangle)

 

우장춘 박사가 발표한 논문 "종의 합성"은 자연과학계를 수백 년간 지배해 왔던 다윈의 진화론을 근본부터 흔들어 놓은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자연계의 질서를 지배하는 원칙이 적자생존만이 아니라 상호 공존에 의해서도 진화한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는 힘에 의존한 팽창 일변도의 제국주의도 민족주의의 도전에 의해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예고한 것으로도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에게는 '씨 없는 수박' 정도로만 알려져 있는 우장춘 박사는 참으로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았던 인물이다.

그는 명성왕후 시해사건 가담자의 한 명인 우범선과 일본 어머니에게서 태어났다.

일본에서 교육을 받고 젊은 나이에 과학자로서 스타덤에 올랐지만 늘 죄책감을 안고 살았다.

불이익을 감수하고도 조선의 성씨(禹, 우)를 버리지 않았던 것도 그 대문이다.

52세의 나이에 그는 가족들을 모두 남겨 둔 채 홀로 한국으로 건너와 녹업 혁신을 위해 헌신했다.

육이오 전쟁 후 열악한 시대를 거치며 국립원예기술원장으로 재직했던 기간은 9년여에 불과했지만, 그가 남긴 업적은 실로 놀랍다.

김장용 결구배추와 무, 제주 밀감, 감자, 고추 등에서 한국의 토양과 기후에 맞는 새로운 우량종자를 개발해 보급함으로써 가난한 시절 먹거리 부족난을 해결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고무신 박사"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검소하고 우직하게 열정을 받쳤던 공로를 인정받아 건국 최초로 문화 훈장이 그에게 수여되었다.

61세에 타계하기 3일 전에 병상에 누워 훈장을 가슴에 달면서 "조국이 나를 인정했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아버지 우범선이 자객에게 암살된 이후 어렵게 자신을 양육해 준 홀어머니의 임종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일본인 어머니에 대한 불효는 그이 딸이 보답해 주었다.

교세라 창업자 이나모리 회장과 결혼해 헌신적인 뒷바라지로 훗날 일본 굴지의 재벌이 되게 하였다.

대를 이은 멸사봉공을 통해 선친의 업보를 마무리 지운 극적인 가족 드라마이다.

 

잎을 식용하는 쌈채소인 부모에 비해 유채는 추대(꽃대 올리기)가 너무 빠르고 잎을 수확할 수 있는 시간이 짧다 보니 꽃에 무게가 더 실린다.

파종 후 두 달 남짓이면 꽃이 피고, 채소 꽃으로는 드물게 개화 기간도 한 달가량이나 되기 때문이다.

꽃이 풍성한 편이라 당연히 씨앗도 많이 맺힌다.

유채꽃 씨앗을 짜서 추출한 기름을 "카놀라유(Canola Oil)"이라 부르는데, 식용유 중에서는 고급으로 친다.

카놀라 기름은 바이오 연료로도 활용되는데 효율이 꽤 높은 걸로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 몇 년 전 유채가 언론에서 화제가 되며 떠들썩한 적이 있었다.

유전자 변형이 된 씨앗이 중국에서 대량으로 수입되어 전국 각지로 유통되었기 때문이다.

제초제에 잘 견디도록 유전자가 조작되었다는 것이다.

급기야 정부에서 조사에 나서고 수십여 개의 지자체에서 조성한 모든 유채밭을 갈아엎는 해프닝이 되었다.

이른바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 신드롬이다.

 

육종(育種)에 의한 전통적인 품종 개량과 GMO에 의한 그것이 다른 점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시간의 순리"에 관한 이슈이다.

다시 말해 사람에 의한 인위적인 조작(인공수정 vs 유전자 결합)이라는 측면에서는 유사하지만 결과를 만들어내는 방법에서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실험 대상 동식물의 라이프 사이클에 맡겨 놓고 원하는 유전 형질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것이 정통 육종 방법이라면, 시간의 순리를 건너뛰며 꼭 필요한 유전자를 원하는 때에 만들어내는 것이 GMO이다.

GMO 신드롬을 들여다보면 두 가지의 막연한 우려감이 혼재되어 있다.

하나는 먹거리의 안정성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예기치 못한 종의 탄생으로 생태계 파괴에 대한 것이다.

전자는 엄격한 법과 규제에 의해 통제할 수 있지만, 후자는 인간의 실수나 고의에 의해 발생할 수 있어 사실상 완벽한 통제가 불가능하다.

흡사 악성 해커들에 의한 컴퓨터 바이러스처럼 · · ·

하지만 언론이 앞장서 "GMO =방사능 오염"으로 확대 해석해 선정적인 기사를 내보내어 국가 검역 체계의 근간 자체를 흔들어 놓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유채는 서늘한 기후를 좋아는 하지만 막상 내한성이 그리 강하지 못해 주로 남부지방에서만 봄작물로 재배한다.

가을에 파종해서 월동을 시키면 이듬해에 3월 ~ 4월에 일찍 개화하고 꽃도 풍성하다.

하지만 중부 지방에서는 겨울 파종이나 이른 봄에 파종을 해도 한 달가량 늦은 5월 경에 개화하기 때문에 지방마다 꽃축제 시기에 맞추기도 한다.

씨앗이 떨어져 자연 발아를 잘하기 때문에 한번 화단을 조성해 놓으면 해마다 꽃을 감상할 수 있다.

 

중국 윈난 성 우가촌(牛街村)의 유채밭 풍경

 

 

대부분의 채소들이 그러하듯이 유채 도한 두해살이다.

파종한 첫해에는 성장만 하고, 이듬해에 개화와 결실을 하고 생을 마감한다.

채소꽃이 어떻게 생겼는지가 생소한 이유는 개화와 결실 이전에 먹거리로 모두 먹어 치우기 대문이다.^^

 

십자화과(Brassicaceae)의 멤버들

 

- 잎채소 (배추, 갓,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등)

- 뿌리채소 (무, 순무 등)

- 열매채소 (유채, 겨자 등)

- 야생화 (냉이, 꽃다지 등)

- 초화 (알리숨, 이베리스, 꽃무, 월플라워, 딤스로케스 교황의동전  · · ·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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