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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 여백이 빚은 한국의 아름다움

Guanah·Hugo 2025. 12. 20. 08:06

출처 : 한국의 미학, 여백 – Morning Calm

 

보물 제1437호 백자 달항아리,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높이 41cm, 입지름 20cm, 바닥지름 16cm, 몸통지름 40cm로

17세기 후반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작품은 국립중앙박물관 조각·공예관 ‘도자공예-분청사기-백자’실에서

미디어아트 작품과 결합해 새로운 감각을 선사한다.
© Jo Jiyoung

 

김환기, 〈달빛교향곡(원제:호월)〉, 1954, 캔버스에 유채, 163×97cm
© Whanki Foundation / Whanki Museum

 

구본창, 〈백자〉 시리즈 중 〈BM04〉, 2006년 촬영, 백자 원형은 영국박물관 소장
© Koo Bohnchang

 

강익중, 〈광화문 아리랑〉, 2020, 26×26×26ft, 회전 속도 1RPM의 달항아리 상부 구조 포함
© Ik-Joong Kang

 

한국의 전통 도자기 가운데 유독 마음을 사로잡는 존재가 있다.

흰빛의 둥근 몸체, 달빛을 닮은 고요한 표정

그리고 완벽한 대칭이 아니기에

오히려 더 따뜻한 곡선을 지닌 도자기,

바로 달항아리다.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관인 리움미술관이나 호림박물관을 찾은 이라면

한 번쯤 그 앞에 멈춰 선 경험이 있을 것이다.

커다란 항아리가 풍기는 고요한 아름다움은

단순한 도자기의 차원을 넘어

한국 미의식의 정수를 담아내고 있다.

달항아리는 조선 후기인 17~18세기에

관요(官窯)에서 제작된 백자대호(白磁大壺)다.

달항아리라는 명칭은

우리나라 최초의 미학자로 알려진

우현 고유섭(1905~1944)이 1930년대에 제시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예술 사상가 아사카와 다쿠미(1891~1931)는

이 도자기에 매료되어 조선 예술을 연구했으며,

일본의 사상가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는

달항아리를 가리켜 동양사상의 핵심인

무(無)와 공(空)이 구현된 매체라고 표현했다.

영국 현대 도예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버나드 리치(1887~1979)도

“행복 한 조각을 소유하는 것과 같다”라며

달항아리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그러니 이미 이른 시절부터 달항아리는 국제적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렇다면 이 소박한 도자기에 어째서 열광하는 것일까?

그것을 만든 장인은 각각 따로 빚은

두 개의 반구 모양을 하나로 연결하여 완성했는데,

그래서인지 항아리는

완벽한 원구(圓球)가 되지 못하고 약간의 비대칭을 남겼다.

그러나 그 불완전함이야말로

자연스러운 생명감으로 재생(再生)했다.

이는 마치 둥그런 보름달이

완벽한 대칭의 구가 아닌 것과 같다.

천연의 아름다움, 그것이 달항아리의 미학이다.

진나라 시인 맹가는

“관악기나 현악기의 소리보다 인간의 목소리가 더 아름다운 까닭은 자연에 가까워지기 때문”

이라고 했다.

꾸밈을 덜고 자연에 닿을수록 더 큰 울림을 느낀다는 이 통찰은

동아시아 미학의 근본 정신을 드러낸다.

완벽한 대칭을 벗어난 달항아리의 곡선이

오히려 더 따뜻하고 생명력 있게 다가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실 달항아리는 서민과 귀족 모두를 아우른다.

왕실의 제례나 연회에서 사용됐던 동시에

사대부의 일상에도 늘 가까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만든 사람들은

대개 이름을 남기지 못한 무명(無名)의 도공들이었다.

천의무봉(天衣無縫)의 옛사람들이 지닌

소박한 미의식이 그토록 깊은 울림을 준다는 사실에서

우리 내면은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다.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지극히 순수한 마음에서 저절로 나오는 것이며,

꾸밈없는 진실함만이 사람에게 감동을 준다.

달항아리의 곡선은 균일하지 않지만,

그 불균형이 오히려 깊은 울림을 전한다.

이는 한국 미학이 중시하는 비대칭의 조화를 여실히 드러낸다.

또한 표면의 순백은 동아시아 미학에서 중요시하는

여백의 아름다움을 떠올리게 한다.

장식 하나 없는 순수의 흰 공간은

보는 이의 마음을 담아내는 무한으로의 공간이 된다.

있음과 없음이 서로 의존하고 상호작용하며 존재한다는

‘유무상생(有無相生)’의 가르침은

달항아리를 두고 하는 말처럼 들린다.

그런가 하면 흙과 불, 장인의 숨결이 함께 남긴 미세한 표면의 흔적은

우연과 필연의 놀라운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루브르미술관에서 열린 전시회

〈한국의 향기〉에 소개된 달항아리는 세계인을 매료시켰다.

그리고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한국관에서도 달항아리를 전시하고 있다.

이는 달항아리가 한국을 넘어

보편적 아름다움의 증언자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달항아리는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여전히 살아 숨 쉬는 한국인의 문화적 자산이다.

한국 현대 회화의 거장 김환기(1913~1974), 박서보(1931~2023), 이우환(1936~)은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들의 작품 세계를 확장했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 도예가 권대섭(1952~), 이용순(1957~), 최지만(1970~)은

달항아리를 새롭게 창조하여 옛사람의 숨결이 지금 여기에서도 여전히 살아 숨 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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