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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월요시편지_983호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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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월요시편지_983호

Guanah·Hugo 2025. 5. 6. 12:31

출처 :  커피통 2019' 호반인문학 | BAND

 


살구

양선희

잘 헤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궁리하며 걷는 골목길
누가 내 머리를

친다

잘 익은 살구

길바닥에 떨어진
살구들
살펴본다

입술 터진 놈
턱 깨진 놈
멍든 놈

흠집 사이로
촉촉하고
단단한 씨앗 내보이는 살구

잘 헤어지려면
헤어진다는 생각조차 말라고
궁리 따위 집어치우라고

자신을 으깨며
나를 내리치는
살구

죽어도 살구

- 『소소한 고집』(시인동네, 2025)


*
오늘은 화요일, 대체 공휴일입니다.
어제 어린이날이고 부처님오신날이었고 무엇보다 월요일이었는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저는 월요시편지를 이렇게 화요일에 대체 공휴일에 쓰고 있는 것일까요?
왜 월요일을 화요일로 대체하게 된 것일까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사연인즉, 토요일 늦은 저녁 야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파트 단지에서 개한테 물린 겁니다.

어린 소녀가 애완견을 데리고 밤산책을 나온 모양인데
그 개는 대체 왜 내 다리를 문 것일까요?

다음날 그러니까 일요일 아침 안양 부모님댁에 아내와 함께 가던 길이었는데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엔진이 갑자기 멈춘 겁니다.

전날까지도 멀쩡했던 차가,

16년 동안 아무 불평도 없었던 차가
대체 왜 그날 그 고속도로에서 멈춰 선 것일까요?

휴일이라 문을 연 병원 찾기 어렵고
휴일이라 문을 연 카센터 찾기 어렵고
겨우 겨우 병원 찾아서 주사 맞고 치료 받고 약 처방받고
겨우 겨우 카센터 찾아 차를 맡기고......
한숨 돌리고 나니 억울하더라고요.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알겠지요?
대체 왜 제가 월요일도 아닌 화요일에
대체 왜 양선희 시인의 시 「살구」를 굳이 띄우는지
그 이유를 말입니다.

며칠 사이에 벌어진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사실은
"자신을 으깨며

/ 나를 내리치는

/ 살구"
"죽어도 살구"
였다는 생각이 퍼뜩
내 머리를 내리친 까닭입니다.

죽어도 살구!
말입니다.


2025. 5. 6.

달아실 문장수선소
문장수선공 박제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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