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anah觀我Story
어느 풍물장날의 이야기 - 장돌뱅이 본문
출처 : 갈대의 철학 사진에세이 | BAND
풍물 장날은 2,7자 5일장
옛 물레방아다리 곡식 찧고
배말 나루터 섬강에 배 띄우고
옛사랑 징표를 남겼던 곳
왁짜지껄 장날은
새벽이 일찍 방앗간에
좀비처럼 붙어 다니는
오늘 만큼은 짹짹이 보다
더 부산스럽다
어느 강아지 장날
3번째 마실 나온 날
어느 정도 짬밥에
지나는 이에게
재롱도 다 피우고
어서 저를 간택해 달라면서
꼬리를 연신 흔든다(만 냥)
그리고 너무 귀여운 나머지
강아지 콧등에 입김 불어주니
간지러운지 이리저리 널 뛰듯이
누워있는 동료 눈치도 없이
밟고 지나친다
어느 강아지는
초짜 신입으로 눈팅만 하고
지나는 사람들의
이구동성 귀엽다고 만사 귀찮듯이
오월 햇살에
낮잠만 잔단다
"저기 저 병아리 얼마예요"
어미 암탉 등짝 위를
오르내리는
병아리들 한 가족이란다.
어미 품속에서 태어나
사람처럼 똑 같이 삼칠에 태어나
그래도
미덥지만은 아니한 게 세상이라고
아주머니 왈 "병아리만 팔지 못해요"
어미 떠나 죽는다고 하면서...
그래서
한가족을 함께 데려가야 한다면서
(세일 구만 냥)
시골에서 풀어놓은 옆집 개가
어미 닭을 물어 죽여
길 잃은 어린 새끼 병아리를
품고 낳은 정 길은 정에
어쩔 수 없는
한 지붕 대가족이라 개장수는
집에 있는 개가
21년을 함께 지내왔는데
몸이 비데하고
뒤뚱뒤뚱하단다
큰애 보다 한 살 아래요
동생보다 서 넉살 위란다
매번 그 자리
매번 그 위치에서
언제나 변함없이
늘 지켜주었던 사람들
"아저씨 민물장어는 언제 나와요"
"오월 말이면 안 나오겠어요"
" 항상 이 맘 비슷할 때 나왔지요"
민물장어는 눈에 확연히 띈다
배 떼지가 강가 바닥에 그을려서
껍데기는 황토 흙처럼
노르스름하였지요
예전에
민물장어 한 마리 가격 흥정할 때
풍물이 3번 정도 해가 바뀌면
그제야 제값을 받지 못하고
눈팅만 즐기다 흥정을 하여
한 마리에 칠만 냥 하던 시절
거의 반값에 사서 집으로 들고
오느라 자진 방아 찧고
"아저씨 어떻게 해 먹어요"(민물장어 탕)
-17년 전에 그분이셨지.
똑같은 자리에
1. 커다란 양은솥에(찜통)
2. 불을 지피고
3. 들기름을 붓고 끓으면
4. 그놈을 넣어(뜨거워서 이리저리 배배 꼬니)
5. 솥뚜껑을 꽉 손으로 붙잡고(요란하게 천둥 치듯이)
6. 조용해지면 찜통의 2/3를 물을 붓고
7. 거기서 1/3까지 졸여서 약탕 달이듯이
8. 대추 감초등 곁들여서 마시면 좋다고(1컵/하루)
9. 예전에 아버지께서 꼭 하신 말씀
10. 발육에 좋고,
힘에는 천하장사도 따로 없고
기운이 산과 같아 질병을 멀리한다고 하신다
아저씨 수년간...
이걸로 자식들 학비 되었다고 하시는 말씀
지금에서야 세월이 흘러서
동자승이 군불 지키는 마음이야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여름에는
그 앞을 못 지키니 미더우며
겨울이면 그 앞을 지키니
몸과 마음의 추위를 멀리하니 말이다
스스로 깨닫는 이치이거니와
해마다 이 맘 때면
민물고기 장수는
커다란 민물장어 한 마리와
양식장어와 함께
그리고
추어탕과 튀김의 별미
미꾸라지와 해산한 산모에 특효인
가물치 메기나 건빵인 메기 떼들
오늘은
아짐씨와 아줌씨 함께 나오셨네
벌써 몇 해였던가
내가 살아온 날 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늘 변함없이 묵묵히 지켜왔던
그분들과 그 자리들
언제나 풍물이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자리
다툼 없이 서로의 위치에서
웃음꽃을 피우셨던 분들
오늘 풍물은
박수 소리가 요란스럽다.
가만히 들려오는
손뼉 치는 소리와
얼마 얼마 싸게 싸게...
저 마다 흥에 겨운 나머지
어깨춤을 절로 춘다
장날꾼들도 그러거니와
물건들을 많이 팔아서
이웃집이
앞집의 흥을 올려주고
아랫집은
옆집의 물건 소리를 건네준다
그들에게는
현세에 틀에 박혀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지만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서로서로의
애환의 잔정들만 남아
한고비 또 한고비
넘나드는 고갯 마루길을
오늘도 내일도
늘 변치 않을 거라 다짐하면서
마지막 대 바겐세일을 진행한다.
"골라골라"
마지막 떨이라고
나는야 장돌뱅이처럼
누가 뭐래도 장이 서는 날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어릿광대의 무대처럼
어느새
그들만의 이야기 속으로
동화되어 간다네
서산이 붉게
뉘엿뉘엿 저물어 갈 때쯤이면
새벽의 삼삼오오 대오 정렬은
어느새
빛바랜 석양 노을에
오고 왔던 길로 대오정렬 없이
제갈 길로 흩어지고
접어들고 만다
다음 풍물 장날 22일 일요일
그때는
내 님의 빨간 입술도
태양의 뜨거움에 토해 내는
앵두에 가려지고
상큼하고 시큼하고
톡톡 터지는 너의 너스레 한
매력의 발산에 깊게 빠져
잠시 동안 잊어왔던
작년 이맘때
추억의 마력처럼 이끌러
헤어 나오지 않는
너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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