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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중 가다 / 강희창

Guanah·Hugo 2024. 8. 14. 07:56

                                                             <  이원진 화백 ... 장마중, 2013 >
 
 
장마중 가다 / 강희창

새까시 지나면 씨름하고 놀던 모래장펄 길 ​
사각 여럿이 모여서 장꾼들 언제 올까나 ​
집에서 멀어지면 질수록 불행해질 것 같아 ​
산제당 언진바위가 엄히 굽어보는 홍성장길 ​
마늘이나 콩이나 계란 두세 줄 돈 사러 가서는 ​
흠흠 문명의 냄새 배인 고만한 장보따리 속 궁금타 ​

​찔레 삘기로 배 채우며 가는 장마중 길이다 ​
낮볕이 태운 보리 익어가는 냄새 바람에 실리면 ​
슥삭 호밀밭은 몸 부벼 도깨비들 불러대는지 ​
쥐 파먹은 기계충이나 눈알 빠지는 다래끼나 ​
소매에 더깽이진 코찡찡 애들 뒤섞여 ​
번쩍 도깨비불 혼자서는 못 넘는 마루리고개 쯔음 ​
왁짜한 만남, 그걸 누가 유심히 엿보았을까 ​
살다 가신 조상님들 저승 하늘에 별로 달로 뜨겠다

올빼미 눈깔이던지 촉 낮은 남폿불 맹키로 ​
하늘도 등 하나 빗겨 들고 월산 넘어 가루개까지 호위 중 ​
지친 가난이야 굴뚝새 둥지처럼 미적지근하여도 ​
벌러덩 언제고 돌아가 누울 아랫목이야 있질 않던가 ​
살가운 농투성이 수릿골 사람들 허투루 살진 않았으니

찌익 줄지어 밤을 가르며 새목이 논길을 지네발로 더듬어 ​
웅성웅성 장꾼 마중꾼 함께 달빛에 밟히고 밟으며 ​
뒤에 남긴 것이야 까짓거 도깨비끼리 노는 저희들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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