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anah觀我Story
아카시아 꽃 향기 날릴 때면 - 아카시아 꽃잎 베어 물면 본문
출처 : 갈대의 철학 사진에세이 | BAND

아카시아 꽃잎 베어 물면
초여름으로 넘어가는 길목이면

어김없이 산기슭마다

하얀 꽃들이 피어납니다.

사람들은 아직도 그 꽃을
아카시아라고 부릅니다.

바람이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달큰한 꽃향기가 골목을 메우고,

그 향기는 이상하게도
사람의 기억을 먼저 찾아갑니다.

나 역시 그렇습니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잊었다고 생각했던 한 사람이
꽃향기를 따라 슬며시

걸어 나옵니다.

함께 걷던 길이 있었고,
말없이 머물던 시간이 있었고,

그 길 끝에는 언제나
하얗게 피어 있던

아카시아 꽃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사람은
사람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 곁에 머물던 향기를

기억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유난히
소쩍새 울음이 길게

산 너머로 번집니다.

문득 가지 하나를 잡아당겨
아카시아 꽃잎 한 잎을

입에 물어봅니다.

어릴 적처럼
은은한 단맛이 혀끝에 번지고,
그 향기 속에서
잠들어 있던 지난날이

천천히 깨어납니다.

그리움은 늘 그렇습니다.

잊힌 듯 살아 있다가도
꽃 한 번 피면
다시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오늘 밤은
아카시아 꽃향기에 취해
오래전 그 길 위를
천천히 다시 걸어갈 것만 같습니다.

'관아觀我Guanah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장미의 계절에 - 흐린 날의 기억 (0) | 2026.05.13 |
|---|---|
| 화악산에서 병풍취(병풍쌈)를 만나다 (2026. 05. 10.) (0) | 2026.05.12 |
| 카톡상에서의 소소한 일상 (2026. 05. 10.) (0) | 2026.05.12 |
| 비구상 추상적 표현 (0) | 2026.05.12 |
| 모란이 피기까지 - 모란이 질 때까지 (0) | 2026.05.12 |
Comment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