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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나도 사진작가 당선작(2024년 4월)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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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나도 사진작가 당선작(2024년 4월)

Guanah·Hugo 2024. 4. 15. 01:10

출처 :  나도 사진작가-내셔널지오그래픽매거진 (nationalgeographic.co.kr)

 

[2024년 4월 호: 유목민의 스포츠]

2024년 1월, 영하 20℃의 날씨에도 중앙아시아에 있는 카자흐스탄 초원 한복판에서는 엄청난 에너지와 열기가 발생하고 있었다.

말을 탄 수많은 유목민들이 양 사체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수증기로 변해 마치 연극 무대의 효과처럼 현장을 몽환적인 분위기로 바꾸고 있었다.

수백 년 전 칭기즈 칸의 후예들이 중앙아시아 대초원을 휩쓸고 지나가는 모습이 이렇지 않았을까?

나는 생생한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말의 발길질을 무릅쓰고 그들에게 최대한 가까이 다가섰고 그 결과 이처럼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성준환

 

[2024년 3월 호: 자연의 놀이터]

어느 여름날, 나는 이탈리아 산타크리스티나발가르데나의 산 중턱에 있는 작은 산장에 도착했다.

그 산장은 돌로미티산맥 특유의 큰 돌산들로 둘러싸여 있어 마치 산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산장 앞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예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같았다.

나는 한참 동안 그 모습을 우두커니 바라봤다.

그 모습이 너무도 이상적이어서 생경하기까지 했다.

우리도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그저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박민하

 

[2024년 2월 호: 여행의 이유]

먼 곳에서 봐도 유독 눈에 들어오는 존재가 있다.

이날 이탈리아 돌로미티산맥이 그랬다.

장시간의 비행에 지쳐 무심코 창밖을 바라봤는데 이 바위산이 홀로 빛나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순간이었지만 나는 사진기를 들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기를 바랐다.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의 시선이 얼마나 편협한지 생각해보게 됐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누군가가 찾아둔 흔적만을 모방하고 있지는 않았던가.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다시 바라보고 싶었다.

나의 편협하고 일방적인 사고를 조금이라도 넓혀보고 싶었다.

이런 이유에서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김성환

 

[2024년 1월 호: 정어리와 함께한 추억]

자연을 보고 느끼며 그 풍경을 포착하는 일은 항상 즐겁다.

부푼 기대감을 갖고 마주한 정어리들은 잠수부들 때문에 흩어졌다 다시 모였다를 반복하며 군무를 선보였다.

그 모습은 눈으로만 봐도 좋을 만큼 웅장하고 화려했다.

나는 해를 마주하기도 하고 등지기도 하면서 빠르게 움직이는 정어리 떼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느라 바빴다.

매일 동이 트면 바다로 나가 정어리와 함께한 날들은 이제 사진으로만 남아 있다.

지금은 그 사진들을 보며 녀석들과 다시 함께할 날을 꿈꾼다.

녀석들의 보금자리인 바다가 언제나 건강하기를 바란다.

-김정태

 

[2023년 12월 호: 우연한 순간의 불꽃]

경상남도 진주시에서는 해마다 10월이 되면 남강유등축제가 열린다.

이 축제는 1592년 임진왜란 진주성 전투에서 우리나라 병력이 왜군을 저지하고 가족에게 안부를 전하기 위해 남강에 유등을 띄운 데서 유래했다.

올해 개막식이 있던 날, 나는 붐비는 곳을 피해 인적이 드문 장소를 찾았다.

축제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 선학산 중턱에 사진기를 설치하자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초탄이 터진 후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불꽃이 화각에서 완전히 벗어난 위치에서 터졌기 때문이다.

구도를 잡는 데 실패했다는 생각에 촬영을 접을까도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경남문화예술회관과 진주의 야경이 불꽃과 조화를 이루는 멋진 순간을 포착할 수 있었다.

이런 우연한 순간이 사진 촬영의 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정기환

 

 

[2023년 11월 호: 동화 속 섬마을]

전라북도 부안군 곰소항에서 2km가량 떨어진 작은 섬에는 죽도 마을이 있다.

대나무가 많아서 죽도라는 이름이 붙은 이 마을은 마땅한 배편이 없어 개인 어선으로만 드나들 수 있다.

이곳에는 10가구가 채 되지 않는 집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

마을 회관은 빨갛고 둥근 지붕을 이고 있어 이국적인 모습을 자아낸다.

만조 시간대의 죽도 마을은 동화 속에 나오는 작은 섬마을 같다.

첫 방문 때는 물때를 맞추지 못해 갯벌이 드러난 풍경만 찍을 수 있었다.

이후 한 달간 물때표와 날씨를 살폈다.

그리고 정해둔 날짜에 만조가 되기 한 시간 전에 곰소항에 도착한 후 드론을 세 번 왕복시켜 비로소 섬마을다운 모습을 촬영할 수 있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죽도 마을은 낯설고 새로웠다.

마치 미지의 세계를 접하는 느낌이었다.

-배영현

 

 

[2023년 10월 호: 열대 바다의 수영 파트너]

고래상어는 열대 지방의 따뜻한 바다에 서식한다. 큰 몸집을 지니고 있지만 유순한 성격 덕분에 사람과 나란히 수영을 하기도 한다.

나는 고래상어를 만나기 위해 열대 지방의 먼바다로 향했다.

녀석은 정해진 때가 되면 먹이 활동을 하기 위해 특정 해안에 모이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녀석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고래상어는 입을 크게 벌리고 물과 먹이를 빨아들인 후 아가미를 통해 먹이를 걸러 먹는 여과 섭식을 한다.

한 잠수부가 고래상어의 먹이 활동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녀석의 아래쪽으로 헤엄을 쳤다.

나는 그림자가 일렁이고 햇살이 비추는 가운데 그 모습을 촬영할 수 있었다.

-김서현

 

[2023년 9월 호: 단 한 컷을 위해]

청호반새는 마사토 절개지에 구멍을 파서 둥지를 짓는다.

그리고 육추 기간에는 다른 새들에 비해 주변 환경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해 수틀리면 알을 포기하기도 한다.

나는 녀석의 모습을 찍기 위해 그늘조차 없는 뜨거운 땡볕 아래에서 지인들과 함께 위장 천막을 설치했다.

2주 후 새끼들이 알에서 깨어나고 본격적인 육추가 시작됐다.

장마 기간이라 날도 너무 어두웠고 빗물 때문에 수시로 렌즈를 닦아줘야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비가 그치고 햇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나는 청호반새가 개구리를 사냥한 후 둥지로 돌아오는 모습을 선명하게 포착할 수 있었다.

-박원근

 

[2023년 8월 호: 기차역에서 마주한 시선]

인도에 도착한 지 3일째 되는 날, 나는 숙박비를 아끼고자 심야 시간대에 운행하는 기차를 타기로 했다.

배정을 받은 자리로 가는 도중에 삶이 고단해 보이는 한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을 찍기에는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지만 나는 찰나의 순간을 놓칠세라 급한 마음에 걸어가며 사진기의 셔터를 눌렀다.

나는 사진을 찍은 후로도 쇠창살 너머로 나를 쳐다보던 그 남자의 눈빛을 한동안 잊을 수 없었다.

-정찬주

 

 

[2023년 7월 호: 명과 암]

잠이 오지 않던 어느 날 밤, 나는 무작정 사진기를 들고 집 밖으로 나갔다.

차를 몰고 가다가 어둑어둑해진 오래된 도로와 휘황찬란한 새 도로를 함께 사진기에 담고 싶어 가던 길을 멈췄다.

명암이 뚜렷한 곳이었다.

문득 오래된 도로를 아름답게 채색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밝은 도로에 비해 통행하는 차량이 현저히 적었지만 장노출 기법으로 차량 궤적을 그려 넣었고 오래된 도로의 빛은 더 밝게 효과를 줬다.

우리도 이미 빛나는 곳보다는 빛 바랜 곳을 더 비춰줘 모두가 주목을 받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김경진

 

[2023년 6월 호: 목장의 아침]

잔뜩 흐렸던 어느 날 아침, 두껍게 낀 구름 사이로 잠시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보슬보슬 내리는 이슬비에 푸릇푸릇한 어린 풀과 보라색 꽃들이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이 모든 생명의 싱그러움이 한자리에 펼쳐져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보고 싶었다.

나는 수풀 너머로 보이는 이국적인 목장의 풍경을 감상하며 잠시나마 사색에 잠겼다.

드라마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아름다운 풍경과 편안했던 그날 아침의 순간이 사진 속에 고스란히 표현돼 있는 것 같다.

-박성민

 

[2023년 5월 호: 운수 좋은 날]

나는 몇 년 만에 필리핀 보홀로 여행을 떠났다.

잭피쉬 떼나 바라쿠다 떼 아니면 고래상어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부푼 꿈을 안고 그곳을 찾아갔지만 여행하는 내내 녀석들을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은 운이 좋게도 하얀 산호 속에 머물고 있는 귀여운 흰동가리 “니모”를 만났다.

그리고 더욱 행운이 따랐는지 동료 잠수부가 카메라 앵글 속으로 들어와줬다.

보홀의 바닷속은 기분 좋게 따스했고 햇살은 눈부시게 밝았다.

정말 운수가 좋은 날이었다.

-박준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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