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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말(Language of Flower) 이야기

Guanah·Hugo 2023. 1. 4. 11:48

출처 : 모야모 매거진 웃는소나무(두물머리)

 

대부분의 꽃에는 "꽃말(Language of Flower)"이라는 것이 붙어 있습니다.

꽃이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꽃을 빗대어 소통의 뜻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하나의 꽃에는 여러 개의 꽃말이 있기도 하고, 꽃 색깔이 다르면 상반된 의미의 꽃말이 되기도 합니다.

심지어 꽃의 배열 순서나 꽃송이 수에 따라 달라지기도 합니다.

 

꽃말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을 꼽는다면 우선 두 가지가 떠오릅니다.

"나를 잊지 마세요(Forget-Me-Not, 물망초)"와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Touch-Me-Not, 봉선화)"입니다.

이 둘은 특이하게도 "꽃말 = 꽃 이름" 이기도 합니다.

원래의 꽃 이름이 있었는데 꽃말이 워낙 인지도가 높다 보니 그 자체가 대표이름(Common Name)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 외에도 "당신을 사랑합니다(붉은 카네이션), 이룰 수 없는 사랑(꽃무릇, 상사화), 순결(흰색 백합), 그리움(동자꽃)"처럼 제법 알려진 꽃말이 있기는 하지만 인지도 측면에서 쨉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꽃말 한 두 개라도 온전히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면 꽃말은 누가 왜 만들고, 어떻게 해서 정해지는지가 궁금해집니다.

그 역사의 뿌리를 찾아가다 보니 재미있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당연히 꽃말은 서구에서 시작된 걸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14세기 이슬람이 그 발상지입니다.

지금의 터키를 중심으로 한 당시 오스만 제국은 유럽 - 지중해 - 중동 에 이르는 광대한 식민지를 건설해 약 500년간 풍요의 시대를 구가했었습니다.

일부다처의 이슬람 문화에서 후첩(後妾)이나 정부(情婦)와 은밀히 주고받는 일종의 암호 통신문 역할을 했다는 것입니다.

 

(오스만의 할렘 모습)

 

이것이 유럽의 상류층으로 전파되어 더 다양한 용도로 확산되었습니다.

특히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에는 사교활동에서 꽃 선물이나 꽃 액세서리가 대유행을 타면서 꽃말은 더 세분화되고 체계화도 시도되었습니다.

 

(빅토리아 시대의 길거리 꽃가게 풍경)

 

흡사 게임을 하듯 은밀한 "사랑의 코드(Love Code)"를 해독하ㅣ 위해 앞다투어 꽃에 대한 지식습득에 나섰습니다.

그러다 보니 바람둥이일수록 꽃박사였습니다.

거리마다 꽃집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수많은 꽃말사전들이 출간된 것도 이 무렵이었습니다.

 

(서구의 다양한 꽃말 사전)

 

19세기 후반 메이지 유신을 통해 흠모하던 서구의 문화를 열렬히 받아들였던 일본은 당연히 꽃말까지도 그대로 수용했습니다.

물론 그 이후 원예산업이 커지면서 자체적으로 꽃말을 만들어 붙이고 보급했습니다.

여기에도 이른바 "화혼양재(和魂洋才)"가 적용되었는데, 주로는 종묘회사나 화훼유통 기업들이 그 일을 주도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일본이 정리해서 사용하던 꽃말을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해방 후 일각에서 "꽃말의 우리 것"을 시도한 적은 있지만, 숨 가쁜 산업화 시대를 거쳐 오면서 화훼산업과 꽃소비문화가 뿌리를 내리지 못해 별로 진전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대로입니다.

 

(화혼양재의 사례, 나가사키 하우스텐보스)

 

어쨌든 그 부리가 서구 또는 일본의 문화에 두고 있는 꽃말들이 공허한 단어의 열거일 뿐 우리에게는 별다른 의미로 다가오지가 않는 것은 당연합니다.

꽃말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외양 - 색상 - 향기 - 생육특성 - 효능 - 전설 - 역사 등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함축되어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대중의 호응도가 일정 수준 올라가야 비로소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GDP 3만 불 시대에 진입하면 꽃소비가 대폭 늘어난다고 합니다.

한 발 앞서 선진국이 된 나라들이 거쳐왔던 공통적인 현상입니다.

어버이날 - 졸업 입학 - 결혼식 같은 이벤트성 꽃소비가 9할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부터 개선되어야 화훼산업에 숨통이 트입니다.

이루 정서에 "다가와서 착착 감기는" 꽃말들이 만들어져 보급된다면 혹시라도 그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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