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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범의꼬리 야생화 이름 이야기

Guanah·Hugo 2022. 10. 12. 22:26

출처 : 모야모 자랑하기 웃는소나무(두물머리)

 

야생화의 이름에 동물, 새, 곤충 등이 붙는 경우가 더러 많이 있다.

식물과 동물 모두 자연의 구성원이므로 이름에서 서로 섞이는 것은 말 그대로 "자연스러운" 것이다.

 

'개 ★■'가 들어가는 이름은 멍뭉이 dog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는 건 왕초보 시기가 지나면 모두 알게 된다.

"한 등급 아래 저급의, 귀하지 않고 흔한, 섬이 아닌 육지에 사는" 등을 의미하는 일종의 접두사이다.

 

예를 들러 개나리, 개다래, 개망초, 개맥문동, 개모시풀, 개벚나무, 개별꽃, 개비름, 개상사화, 개소시랑개비, 개쓴풀, 개승마, 개시호, 개쑥부쟁이, 개여뀌, 개연꽃, 개오동, 개회향 등등으로 무지하게 많다.

그러다 보니 정작 진짜 멍뭉이가 들어가는 이름은 딱 하나 개불알풀(봄까치꽃)밖에 없다.^^

 

그런데 야생화 영역을 벗어나 원예종으로 넘어가면 이러한 작명 원칙이 무너지고 흡사 틀에 박힌 공식처럼 남용되고 있는 느낌이다.

신품종들이 속속 도입되면서 작명 업무에 과부하가 걸린 것인지 창의성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차라리 이미 통용되고 있는 이름을 그대로 쓰면 될 것을 굳이 궁하게 "개"를 붙여 구분하고 있다.

가령 개양귀비(꽃양귀비), 개맨드라미(여우꼬리맨드라미), 무늬개키버들(삼색버들), 만첩개벚나무(겹벚꽃) 등과 같은 전혀 어울리지 않은 이름들이 그 예이다.

 

여하튼 동물 이름이 붙여진 야생화들의 이름은 그저 외양의 특징을 직설적으로 묘사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유독 미화된 이름이 있는데, 바로 '꽃범의꼬리' 이다.

 

꽃잎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 꽃단장을 한 범이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이고, 전체를 보면 꽃차례가 범의 꼬리를 닮긴 했으니 장명 센스가 최고다.

게다가 백수의 왕인 범이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미화의 대상으로도 보았다는 점이 자못 흥미롭다.

 

극복할 수 없는 두려움은 차라리 의지하고 싶어지는 것일까?

그래서인지 무명 화가들이 실생활 인테리어 용도로 그렸던 "민화"에 자주 등장하는 범도 회화적인 친근한 모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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