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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벼과) 생태 이야기

Guanah·Hugo 2023. 5. 2. 01:13

출처 :  숲 생태 이야기 | BAND

 

사진으로 읽는 띠 생태 이야기

① 벼과식물의 꽃은 풍매화이므로 꽃잎은 없고, 수술과 암술만으로 이루어진 꽃을 피운다.
    5~6월에 원추꽃차례로 잔이삭이 달리며 꽃이 핀다.
    암술은 짙은 자색이고 머리가 2개로 갈라져있다.

 

어릴 때 '뽀삐'라 부르며 꽃줄기를 뽑아서 껌처럼 씹으며 단맛을 즐기던 것이 띠이다.
낮은 키 띠가 길가에서 뽀얀 꽃을 피우거나 뽀얀 털북숭이 열매를 날리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면 저절로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른다.
그만큼 어릴 때 띠를 좋아했기 때문이리라.

 



② 위 사진은 꽃이 피어서 수정이 되기 이전의 꽃이고, 위 쪽은 수정이 된 꽃의 모습이다.
 

띠는 보릿고개 시절 뽀삐, 삘기, 삐비 등의 이름으로 불리면서 봄마다 아이들의 간식거리였다.
띠가 벼과식물이므로 어린 꽃이삭이 포에 감싸여 있는데,

포로 덮인 통통한 꽃이삭을 쏙쏙 뽑아서 포 덮개를 벗기면 피어나기 직전의 꽃이삭이 나온다.

 
 
 
이 꽃이삭은 아이 손가락보다 작고 뽀얀색인데,

한 입에 쏙 넣으면 솜사탕 맛이 나고 껌처럼 오래 씹을 수 있어서 인기 간식이었다.

 
초등 시절 하교할 때면 뽀삐(어릴 때 부르던 띠의 방언)를 먹기 위해서 굳이 돌아서 가는 뚝방길로 하교를 했었다.
통통하게 자란 띠의 순에서 뽀삐를 다 뽑아먹었음에도 다음날 또 찾아먹을 수 있어서 행복을 준 들풀이 바로 띠였다.
친구와 서로 '몇 개 먹었어?' 물어보다가 친구가 나보다 적게 먹었다 하면 괜실히 뿌듯하곤 했다.
 

 
③ 바람으로 수분을 하고 수정이 이루어지면 결실이 시작된다.
    늦여름에 결실이 되면 이삭이 하얀 솜털이 되고, 솜털 달린 씨앗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서 퍼진다.
 
 
띠는 보드랍고 단맛이 좋았지만, 찾으면서 뽑아먹는 재미가 즐거운 놀이였다.
현재 50대 이상 되시는 분들은 대부분 띠의 어린 꽃이삭을 간식으로 먹어본 추억이 있어서 생태 탐방을 하던 중 한바탕 옛 추억을 되짚곤 한다.
 
 
띠의 이름은 줄기와 잎을 엮어서 지붕을 잇는 '띠집', '띠지붕집'을 만들던 재료에서 이름이 연유된다.
벼농사를 짓고 난 이후는 볏짚으로 이엉을 만들었지만, 그 이전에는 띠나 갈대가 쓰였다.
그래서 띠로 이엉을 만들면 띠집, 억새나 새로 만들면 샛집으로 불렸다.
옛날 집은 지붕의 재료에 따라 굴참나무로 지붕을 이으면 굴피집, 소나무로 이으면 너와집, 볏짚으로 이으면 초가집, 기와로 이으면 기와집이라 불렸던 것이다.
 
 
숲체험지도와 역사체험지도를 하면서 불과 몇 년 전 수도권 선사 유적지를 갔다가 움집에 볏짚이 사용된 것을 보고 참 속상했었다.
움집은 벼농사를 짓기 이전 움집과 이후의 발전된 움집으로 구분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움집을 볏짚으로 만들어 놓아서 실망이 컸었다.
또 코로나 이후 강원도 어느 지자체가 만들어 놓은 민속마을을 갔는데, 굴피집 설명문에 '굴피집은 굴피나무로 만든 집이다.'라는 글귀를 보고 또 많이 속상했었다.
 
 
굴비짐은 굴피나무를 지붕에 쓰는 것이 아니라 굴참나무를 지붕재료로 쓰는 것이다.
굴참나무는 껍질이 굵은 참나무라서 굴참이라 불리는데, 껍질이 코르크 재질이라 따뜻하기 때문에 껍질 켜서 지붕을 이어 굴피집이라 부르는 것이다.
그래서 관광안내소에 바로잡아 달라고 부탁을 하고 왔는데, 지금은 고쳐졌으려나 싶다.
 

⑤ 띠가 어울어진 띠 군락지에 가면 띠 열매가 은빛 물결을 이루어 매우 아름답다.
    경기도권에서 띠 군락지 중 한 곳은 화성시의 공룡알화석산지 주변이다.
 
띠 이야기로 되돌아 오면,
띠는 띠지붕 재료 외에도 비 올 때 머리에 쓰는 도롱이를 만들 때에도 쓰였다.
한방에서는 뿌리를 백모근으로 부르며 백일해, 천식 치료제와 이뇨제, 지혈제로 사용한다.
 
 
어릴 적 추억을 소환하는 띠 열매이삭이 바람에 살랑거리는 모습이 참 다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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