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아觀我Guanah Story

풀 한 포기를 사랑하리라 - 돌 한 부리를 사랑하리라

Guanah·Hugo 2025. 4. 22. 07:06

출처 :  갈대의 철학 사진에세이 | BAND

 

떠나온 이 길에 묻고 물어

걷고 또 걸어 걷노라니

하늘을 벗 삼아

어디로 흘러갈지 모를

떠도는 구름을 사랑하고


앞선 지난

행객의 발걸음을 쫓아오다

잠시 스쳐 지나는

발걸음을 뒤로한 채

머뭇거리는 마음에 뒤를 돌아보니


지남철 되어 스쳐 지나온

내 인생의 도파민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오는

내 님의 목소리에

떠나온 이 길이

한없이 부끄럽지도 않으리라


오늘 같이 회창한 봄날

떠나온 이 길에 감사하나니

해탈의 길은 멀고도

험난한 길이요


번뇌의 길은

세속을 벗어남으로써

속세의 정을 끊는 것이 아닌

또 다른 인연의 마음에

뿌리를 내리는 것이려니


치악산 영원사 영원산성 가는 길에

한 마음은

속세에 두고 떠나와

마음의 근심을 가까이하고


다른 한마음은

이곳 치악산에 마음을 내리니

천년에 누운 뿌리를 보라


왕좌의 무게는 왕관을 쓴 자의

몫이 되어 가지만

속세를 떠나온 자의 마음의 무게는

그저 자연의 무게에 

모든 것을 내 맡긴 채

감당을 해야 하느니


속세에서 걸어온 길을 떠나와

이제껏 걸어온

나의 인생길에 인연의 끈을

이곳에서 잠시 내려놓고


오르는 내내

땀이 송글 송글 맺혀 떨어진

이마에 흐르는

땀 한 방울이 모이니


십시일반 이 계곡에 물줄기와 만나

큰 강줄기를 이루어

바다로 떠나는

너와 다시 만나게 되리라


세월의 무게는 오직

오랜 마음에 짓누르며 견뎌낸

양 어깨 위에 얹힌

인연의 무게들이기에


오직

짊어진 자 만의 고행이 

되어가리니


고민도

번민도

번뇌도

해탈도


이곳에서

반야에 이르는 길은

천년의 무너진 돌탑을 쌓아 올린

치악의 오랜 바람에 쓰러지며


이름 모를 돌부리에

파묻힌 채 쌓아 올리지 못한

어느 슬픈 이의 마음이 되어가는


진정 돌 한 부리를 사랑하는 마음이

내가 이곳에 연을 이루는

마음이 되어갔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