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한 포기를 사랑하리라 - 돌 한 부리를 사랑하리라
출처 : 갈대의 철학 사진에세이 | BAND
떠나온 이 길에 묻고 물어
걷고 또 걸어 걷노라니
하늘을 벗 삼아
어디로 흘러갈지 모를
떠도는 구름을 사랑하고
앞선 지난
행객의 발걸음을 쫓아오다
잠시 스쳐 지나는
발걸음을 뒤로한 채
머뭇거리는 마음에 뒤를 돌아보니
지남철 되어 스쳐 지나온
내 인생의 도파민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오는
내 님의 목소리에
떠나온 이 길이
한없이 부끄럽지도 않으리라
오늘 같이 회창한 봄날
떠나온 이 길에 감사하나니
해탈의 길은 멀고도
험난한 길이요
번뇌의 길은
세속을 벗어남으로써
속세의 정을 끊는 것이 아닌
또 다른 인연의 마음에
뿌리를 내리는 것이려니
치악산 영원사 영원산성 가는 길에
한 마음은
속세에 두고 떠나와
마음의 근심을 가까이하고
다른 한마음은
이곳 치악산에 마음을 내리니
천년에 누운 뿌리를 보라
왕좌의 무게는 왕관을 쓴 자의
몫이 되어 가지만
속세를 떠나온 자의 마음의 무게는
그저 자연의 무게에
모든 것을 내 맡긴 채
감당을 해야 하느니
속세에서 걸어온 길을 떠나와
이제껏 걸어온
나의 인생길에 인연의 끈을
이곳에서 잠시 내려놓고
오르는 내내
땀이 송글 송글 맺혀 떨어진
이마에 흐르는
땀 한 방울이 모이니
십시일반 이 계곡에 물줄기와 만나
큰 강줄기를 이루어
바다로 떠나는
너와 다시 만나게 되리라
세월의 무게는 오직
오랜 마음에 짓누르며 견뎌낸
양 어깨 위에 얹힌
인연의 무게들이기에
오직
짊어진 자 만의 고행이
되어가리니
고민도
번민도
번뇌도
해탈도
이곳에서
반야에 이르는 길은
천년의 무너진 돌탑을 쌓아 올린
치악의 오랜 바람에 쓰러지며
이름 모를 돌부리에
파묻힌 채 쌓아 올리지 못한
어느 슬픈 이의 마음이 되어가는
진정 돌 한 부리를 사랑하는 마음이
내가 이곳에 연을 이루는
마음이 되어갔었으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