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아觀我Guanah Story

바람의 길 - 바람의 인연

Guanah·Hugo 2024. 3. 18. 05:45

출처 :  갈대의 철학 사진에세이 | BAND

 

 

속세의 길을

잠시 떠나와

바람이 머무는 곳

그곳으로 떠나왔네



내내 힘든 고갯길을 베개 삼아

아직도

봄과 겨울사이에 묻혀있는

잔설의 포근함을 잊은 채



봄의 전령사는

지금쯤 모두

어디로 떠나갔을까



산천초목 자리에

봄바람이 불어준

미더운 마음이 그리  

달갑지 않은 마음 이던가



그날에 바람만이  

계곡길 사이사이로 불어오는

한 점의 햇살이 주는 정감은

먼 바람의 길을 떠나온

남쪽의 마음이 통해서일까?

 

 


산 정상에서 불어오는

그리 매섭고 낯설지

아니한 바람을



나는

바람의 길이

걸어온 한길이 아님을

알았을 때



저 멀리

구름 햇살 사이에 빗대어

이곳으로 불어준 바람만이



세속을 떠나온

풍운아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바람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나의 마음은 이미

길이 아닌 길에 바람이 불어와

태초에 마음을 달래줄

고향의 언덕에 불어오는

바람의 길을 따라가고 있었네